영양상담실에서 듣는 만성신부전 식사 고민 5가지

식사 고민

만성신부전 진단을 받으면 가장 먼저 바뀌는 건 ‘식사’입니다. 그런데 정보는 많고, 병원에서 들은 식사요법은 어렵기만 하고… 막상 뭘 어떻게 먹어야 할지 막막하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병원 영양상담실에서는 하루에도 여러 명의 환자분들이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찾아오십니다. 하지만 혼자 고민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모두가 겪는 식사고민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실제 상담실에서 가장 자주 나왔던 다섯 가지 식사 고민과 그에 대한 임상영양사의 팁을 정리해보았습니다. ‘나만 이런 건가?’ 싶은 마음, 이 글로 조금 덜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고민 1. “인터넷에 나온 정보가 다 달라요. 뭘 믿어야 하죠?”

실제로 가장 자주 듣는 말입니다. 어떤 블로그에서는 바나나를 절대 먹지 말라고 하고, 어떤 영상에서는 잘 익은 바나나는 괜찮다고 하죠. 또, ‘단백질은 줄여야 한다’고 들었는데, 어떤 책에는 ‘오히려 더 먹어야 한다’고도 나옵니다. 이처럼 정보가 혼재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장 기능에 맞는 개인 맞춤 조절입니다.

예를 들어, 투석을 하지 않는 초기 신부전 환자라면 칼륨이나 인, 단백질을 제한해야 하는 반면, 투석 중이라면 단백질 필요량은 오히려 증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양사의 상담이나 병원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나 병원에서는 환자 개개인별로 혈액검사 등의 정보를 가지고 교육을 해드리기 때문에 신뢰하시면 됩니다. 개인적으로 찾아봤다면 정보의 출처, 작성 연도, 대상 환자군을 꼭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고민 2. “밥양을 줄여야 하나요? 당뇨도 함께 있는데요…”

신부전과 당뇨가 함께 있는 분들의 식사는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당뇨를 위해 탄수화물(밥) 섭취를 줄이자니 에너지가 부족하고, 신부전 때문에 단백질도 줄여야 하니 도대체 뭘 먹어야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이런 경우 중요한 건 ‘적절한 교환단위 계산’과 ‘열량 보충 식품의 선택’입니다. 밥의 양은 무작정 줄이는 대신, 잡곡 중에서도 칼륨과 인이 낮은 귀리나 흰쌀밥을 적절히 조합하여 구성하면 됩니다. 또한 부족한 열량은 식물성 기름, 저단백 고열량 간식 등으로 보완하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특히 과일을 간식으로 먹고 싶을 땐, 포도나 사과처럼 칼륨이 상대적으로 낮은 종류를 택하고, 하루 1회 이내로 제한하면 좋습니다.

고민 3. “간이 안 된 음식은 너무 밍밍해서 못 먹겠어요.”

저염식에 가장 먼저 부딪히는 건 바로 ‘맛’입니다. 나트륨을 줄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몸에 좋아도 무미건조한 식사는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미각은 새로운 자극에 비교적 빠르게 적응하는 특성이 있어서 저염 식이에도 약 2-3주 정도면 상당히 적응할 수 있습니다. 첫 일주일이 가장 힘든 시기이고, 차차 진행 할 수록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천천히 소금의 양을 줄여가며 시도해보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막무가내 줄이는 것이 힘든만큼 조리법을 다양화하고, 허용된 향신채나 산미를 활용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됩니다. 예를 들어, 들깨가루나 참기름을 몇 방울 떨어뜨려 고소함을 더하거나, 양파와 마늘, 생강 같은 향신채로 풍미를 살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한 레몬즙이나 식초, 미나리 같은 재료를 활용하면 나트륨이 적어도 맛이 살아납니다. 임상영양사의 시선으로 볼 때, 저염식은 ‘간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재료로 맛을 재구성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민 4. “반찬을 뭘 사야 할지 모르겠어요. 마트에서 망설여져요.”

신부전 환자는 나트륨, 칼륨, 인 등을 제한해야 하기에 시중 반찬을 고를 때 고민이 많습니다. 실제 상담에서도 “마트에서 멸치볶음 살까 말까 고민하다 결국 아무것도 못 샀다”고 하신 분도 계셨습니다.

이런 경우 가장 먼저 확인할 건 조리법입니다. 볶거나 조린 반찬은 대부분 나트륨과 인 함량이 높기 때문에 피하고, 단순하게 삶거나 데친 채소, 혹은 무조미 반찬을 기준으로 고르면 선택이 쉬워집니다.

포장지에 ‘저염’ 표시가 있는 경우도 참고가 되지만, 진짜 저염인지 아닌지는 성분표 확인이 필수입니다. 특히 ‘무침류’보다는 ‘찜류’가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고민 5. “어떨 땐 잘 지키다가도, 가끔은 너무 지치고 화가 나요.”

식단조절을 장기적으로 해내는 데 있어 정서적인 피로감은 매우 큰 장애물이 됩니다. 특히 체중은 잘 빠지지도 않고, 가족들이 맛있는 걸 먹을 때 혼자 제한 식단을 지켜야 한다는 데서 오는 감정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영양사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완벽한 식사’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식사’입니다. 일주일에 하루쯤은 마음의 여유를 주고, 때로는 좋아하는 음식도 소량 허용하는 방식이 훨씬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전략이 됩니다. 실제 상담에서도 이 같은 방식으로 식단에 유연함을 둔 환자분이 더 오랜 기간 잘 유지하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론

이 다섯 가지 고민은 병원 영양상담실에서 정말 자주 듣는 말들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많은 환자들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가장 흔한 고민이 가장 효과적인 조언을 낳습니다. 혼자만의 문제라 생각하지 마시고,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식사는 하루 세 번의 약이 될 수도 있고, 감정의 무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의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다면, 다음 식사부터는 스스로에게 조금 더 친절한 선택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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