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 조금 먹고, 소금 안 넣으면 저염 아닌가요?”
만성신부전 환자나 고혈압 환자들에게 저염식은 치료의 기본입니다. 하지만 저염식에 대한 오해는 생각보다 많고, 실천은 더 어렵습니다. 현직 임상영양사로서 병원에서 상담하다 보면, 저염에 대한 개념은 알고 있지만 실제 식습관에서는 여전히 나트륨 섭취가 과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저염식에 대한 흔한 착각부터 현실적인 실천법까지, 실제 사례와 함께 풀어보겠습니다.
실천 1. ‘국물은 조금만’이 아닌 ‘국물은 거의 먹지 않기’가 기본
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은 “국물은 조금만 먹어요”라고 하며 스스로 저염식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 식습관을 관찰해 보면 식사 전체시간에서 국물 한두 숟갈먹는 것이 아니라, 밥 한 숟갈 먹을 때마다 습관적으로 국물도 함께 떠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된장찌개, 김치찌개처럼 나트륨이 진하게 우러난 국은 한 숟갈만으로도 400~500mg의 나트륨을 섭취하게 됩니다. 하루 두 번만 국을 마셔도 1000mg이 훌쩍 넘게되는 것입니다.
실제 상담 사례에서는 ‘국물은 잘 떠먹지 않는다'라고 했지만, 국에 말아 먹는 식습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하루 나트륨 섭취량이 3000mg을 넘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염식을 위해선 ‘조금’이 아니라 ‘아예’ 줄이려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즉 국물 자체를 거의 먹지 않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국을 만들 때는 저염 조리법을 활용하고, 식사 때는 건더기 위주로 먹도록 조절을 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자 핵심입니다.
실천 2. 외식이나 배달음식에도 대처법이 있다
저염식의 실천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외식이나 배달음식처럼 나트륨 함량을 조절할 수 없는 식사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령만 있다면 외식도 충분히 저염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국물요리는 피하고, 양념이 많은 조림 대신 구이나 양념 없이 찐 종류를 선택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반찬류는 최대한 양념이 덜된 것을 고르고, 양념은 따로 요청하거나 덜어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김치찌개나 치킨 같은 음식보다는 생채소 비빔밥이나, 구운 생선, 싱거운 수육같은 음식이 더 추천됩니다. 또한, "소금/간장/소스를 적게 넣어주세요"와 같은 요청을 하거나 각종 소스나 양념은 따로 제공해달라고 하는것이 좋습니다. 실제 환자 상담에서 ‘외식은 무조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스트레스를 받던 분이 계셨습니다. 하지만 식당에서 요청할 수 있는 팁들을 배우고 나서부터는 외식이 훨씬 수월해졌다고 말하셨습니다. 포기보다는 대처법을 익히는 것이 저염식 지속의 핵심입니다.
실천 3. 염분이 들어간 양념류를 알고 있어야 한다.
간혹 보호자분들이 “이 반찬은 소금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어요”라고 자신 있게 말하십니다. 하지만 나트륨은 소금뿐만 아니라 간장, 된장, 고추장, 액젓, 참치액 같은 다양한 조미료에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곤 합니다. 특히 국간장 한 스푼에는 무려 1000mg, 된장 한 스푼에는 약 600mg 이상의 나트륨이 들어 있습니다.
예전에 상담한 환자의 식단 중에는 간장을 쓰지 않았다고 했지만, 된장을 기본 양념으로 사용하는 나물무침과 된장국, 액젓으로 양념한 김치가 포함되어 있어 하루 나트륨 섭취량이 4000mg에 육박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소금을 줄였다’는 표현은 조리자의 관점일 뿐, 전체적인 나트륨 함량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염식은 단순한 조미료 선택이 아닌, 전체적인 조리법과 식재료 구성의 재점검이 필요합니다. 나트륨 정보를 정확히 이해하고, 조리 시 계량을 생활화하는 태도가 진짜 저염식의 시작입니다.
실천 4. ‘싱겁다’는 느낌은 처음만 어렵다
많은 분들이 저염식을 시작하면서 처음 며칠은 "밥맛이 없다", "먹기 힘들다. 무슨맛으로 먹어라는 것이냐"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하지만 혀의 미각 수용체는 일정 시간 저염식에 노출되면 적응하게 되어, 점점 자연스럽게 싱거운 맛에도 익숙해집니다.
실제로 저염식을 꾸준히 실천한 환자들은 2~3주 후에는 이전에 먹던 찌개나 국이 짜게 느껴진다고 이야기합니다. 싱겁게 먹을 수록 재료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미각은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초기에는 의도적으로 간을 줄이고, 감칠맛을 살리기 위한 다른 방법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다시마 우린 물이나 표고버섯, 양파 등으로 육수를 낸 후 향신 채소를 활용하면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풍미를 살릴 수 있습니다. 마늘, 생강, 레몬즙, 식초 등의 향신료를 사용하면 훨씬 도움이 됩니다. 저염식의 어려움은 습관의 문제이지, 불가능함의 문제가 아닙니다. 초기 2주의 적응 기간을 견디면 이후는 생각보다 수월해집니다.
결론
저염식은 단순히 '소금을 줄인다'는 차원을 넘어 식습관 전반의 변화가 필요한 식이요법입니다.
국물 줄이기, 외식 대처, 조미료 인식, 미각 적응 등 작은 습관 변화가 모여 장기적인 건강을 지켜줍니다. 처음엔 어렵지만, 익숙해지면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생활방식이 됩니다. 임상영양사의 팁을 바탕으로, 오늘부터 실천해 보세요.


